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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폭싹 속았수다 광례 죽음 이유 숨병, 잠수병과 제주 해녀의 삶

by 휠로그웰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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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숨병'의 의학적 진실과 해녀 노동의 가혹함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애순의 엄마 광례(염혜란 분)가 29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이유는 '숨병'이라는 질환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제주 해녀들이 오랜 시간 잠수 작업을 하며 겪는 직업병으로, 현대 의학적 용어로는 '잠수병'(감압병)에 해당합니다. 해녀들은 산소탱크 없이 맨몸으로 10~20m 깊이까지 잠수하며 전복, 소라 등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신체에 극심한 부담을 겪습니다.

"해녀들은 하루에 80~100회 잠수하며, 체내 질소 기포 축적으로 인해 관절통·호흡곤란 등 만성 질환에 시달립니다."

잠수병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증가하는 수압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해녀가 물속에서 숨을 참을 때 폐로 흡입된 공기 중 질소 성분이 혈액과 조직에 녹아들었다가,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체내에서 기포로 변합니다. 이 기포가 혈관을 막거나 신경을 압박하면 극심한 통증, 마비 증상이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릅니다. 드라마에서 광례가 호소한 어지럼증과 피로감은 잠수병 초기 증상의 전형적 사례였습니다.

2025년 제주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1960~70년대 제주 해녀 사망원인의 34%가 잠수병 관련 질환이었습니다. 특히 광례 같은 상군 해녀(깊은 수심에서 작업하는 해녀)는 더욱 높은 위험에 노출되었습니다. 당시 해녀들은 평균 7시간 동안 물속에서 작업했으며, 체온 유지를 위한 장비도 부족해 저체온증 위험까지 감내해야 했습니다.

2. 드라마 속 숨병이 담은 사회적 메시지

<폭싹 속았수다>는 광례의 죽음을 통해 1960년대 해녀들의 노동 환경과 사회적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극중 해녀들이 숨병을 피하기 위해 굿을 올리는 장면은 당시 의료 인프라 부족과 함께, 해녀들이 질병을 '숙명'으로 받아들였음을 상징합니다. 광례가 증상을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한 것은 생계유지의 절박함 때문이었습니다.

제주도립해녀박물관의 기록에 의하면, 1965년 당시 해녀 한 명의 월 평균 소득은 3,000원(현재 가치 약 30만원)에 불과했으며, 이는 남성 어부의 60% 수준이었습니다. 가난한 해녀 가정에서는 광례처럼 증상을 숨기고 일을 계속하다가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현실을 통해 저임금·고위험 노동에 시달리던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명했습니다.

"애순아, 엄마 죽거들랑 너 이 집 바로 나가" - 광례의 유언은 딸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절박함이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해녀 문화 보전을 위해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며, 해녀들의 건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4년 개소한 제주해녀전문병원은 잠수병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드라마 속 시대와 비교해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숨병에서 본 해녀 문화의 역사적 변천

숨병은 제주 해녀 500년 역사와 함께해온 직업병입니다. 조선시대 기록인 <탐라지>에는 "해녀들이 추위에 떨며 바다에서 나온 뒤 사지가 마비되기도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1920~30년대 일본 식민지 시절에는 해녀들이 강제 동원되어 더 깊은 수심에서 장시간 작업하며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1950~60년대에는 수산업 협동조합 설립으로 어장 관리가 강화되면서, 해녀들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작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좁은 구역에 많은 해녀가 몰리면서 작업 강도가 더욱 높아졌고, 숨병 위험도 증가했습니다. 해녀들은 어장 확보를 위해 새벽 4시부터 바다에 나서야 했고, 추운 겨울에도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21세기 들어 해녀들의 작업 환경은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2003년 제주 해녀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대 해녀들은 평균 5m 이내의 수심에서 작업하며, 잠수 시간도 1분 내외로 단축했습니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에는 안전장비 보급이 확대되어 잠수병 발생률이 70% 이상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70대 이상 고령 해녀들은 과거 작업으로 인한 만성 잠수병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광례의 죽음을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해녀 문화의 어두운 측면과 현대적 의의를 동시에 생각해보게 합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여성 노동자의 삶을 복원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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